🥃 아무렇지 않게 찾아온,
조니워커 하이 라이(High Rye)와의 첫 만남
요즘은 꽤 많은 것들이 ‘의외’로 다가온다.
늘 보던 브랜드인데, 그 안에서 전혀 새로운 풍미를 만날 때.
내가 알던 맛이 아닌데, 그 브랜드에서 나왔을 때.
그럴 때는 마치 "익숙한 사람의 낯선 얼굴"을 마주한 것처럼
살짝 멈춰 서게 된다.
며칠 전, 바로 그런 순간이 있었다.
지인의 추천으로 마셔 본 조니워커 ‘하이 라이’(High Rye).
이름부터 뭔가 낯설었다.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손에 들고 고개를 갸웃하며 바라본 이유는
“조니워커가… 하이 라이…?”
스카치 위스키가 대부분 몰트기반이라는 상식을 깨듯,
이 녀석은 당당하게 "라이 위스키" 특유의 개성을 내세운다.
무려 전체 매시빌(mashbill, 곡물 배합비율)의 60%가 라이(rye)다.
마치 클래식 기타로 락을 치는 느낌이랄까.
🔍 첫 향에서 느껴진 미묘한 이질감
잔에 따르자 마자
향이 확─ 치고 들어온다.
우디하면서 알싸하고, 젖은 풀잎 같은 생생한 터치.
향에 담긴 이 ‘생기’는
내가 기억하는 블랙 라벨의 기품 있는 부드러움과는 사뭇 다르다.
놀란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한 번 코끝을 가까이 댄다.
카드듀(Cardhu)의 사과 같은 단 향,
글렌킨치(Glenkinchie)의 부드럽고 달달한 베리,
카올일라(Caol Ila)의 은은한 스모키함이
뒤늦게 조용히 깔린다.
이는 마치 처음엔 경쾌하게 말을 툭툭 던지지만
듣다 보면 깊은 철학이 녹아있는,
신입 사원의 프레젠테이션과도 같았다.
초반엔 당혹스럽지만, 뒤로 갈수록
왜 이런 방식을 택했는지 이해하게 되니까.
🥃 한 입 머금었을 때, 그 낯섦의 정체
맛은 굵직하게 세 갈래로 나뉘었다.
첫 입엔 은근한 향신료 느낌이 입안을 감쌌다.
그 뒤를 이어 중간에는 톡 쏘는 잔디와 같은 푸릇한 느낌.
그리고 마무리는 땅콩 껍질 같은 고소함과
짙은 나무 타는 향이 살짝 감돈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다가도,
거듭 씹을수록 낯섦이 익숙함이 되어간다.
아, 이건 조합이다.
‘위스키 마니아와 칵테일 입문자’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간극의 연결 지점.
클래식하면서도 도전적인.
전통과 파격의 중간,
누구에게나 웅크린 채 숨어 있던 욕망 같은 맛.
🍸 ‘하이 라이’가 어울리는 순간
개인적으로 이 위스키는
혼자 조용히 마시는 밤엔 살짝 시끄럽다.
오히려 친구들과 모여 만든 클래식 칵테일,
예컨대 “맨해튼”이나 “올드 패션드”에서
제 성격을 여지없이 발휘한다.
실제로 맨해튼에 넣어 보았다.
스위트 베르무트(sweet vermouth)와 앙고스트라 비터의 조합 속에서도
하이 라이의 유니크한 향신료 느낌이 붓끝처럼 명확히 남는다.
아, 이건 단지 베이스 위스키가 아니라
‘내가 여기 있어’라고 외치는 존재이구나.
📝 조용히 마음에 새긴 메모
오늘도 수많은 술들이 테이블 위를 스쳐 간다.
그중 얼마나 많은 것들이 기억 속에 진하게 남을까?
조니워커 하이 라이는
단지 새로운 변종이 아닌,
조금은 용기 내어 낯섦을 택한,
브랜드의 고백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늘 익숙함에 안주하고
그 안에서 ‘안정’을 찾지만,
가끔은 이렇게 톡 쏘는 변화가 필요하다.
마치 퇴근 후 소파에 드러누운 나에게,
“일어나, 나가서 바람 좀 쐬자”라고 말해주는
친구 같은 술.
그리고 조용히 뚜껑을 닫으며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늘 밤, 나를 조금 다르게 기억하게 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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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격: 약 35달러
📦 도수: 45%(90 Proof)
🏷️ 추천 용도: 칵테일 베이스 or 특별한 하루의 끝
🌟 평점: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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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작은 배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의 ‘바깥’을 때론 마셔보자.
그럴 땐 우리가 몰랐던 우리 자신과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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