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의 기억을 품은 한 잔의 예술, 포트 와인 칵테일의 재발견

제목: 포르투의 석양처럼 짙게, 칵테일에 물든 하루 – Graham’s Blend Series를 돌아보며

내 인생은 와인 한 잔으로도 바뀔 수 있다는 걸 믿는다. 아주 오래전, 포르투갈의 어느 작은 골목에서 맡았던 향이랄까, 한 모금에 피어나는 풍미가 나의 하루를 바꿨던 그 순간처럼. 이번 주, 내 하루는 ‘포트 와인 칵테일’이라는 이름의 여운으로 짙게 물들었다.

🔺 “Red Curtain”이라는 이름의 칵테일을 마주했을 때, 나는 마치 오래된 연극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대는 포르투의 와이너리, 배우는 세계 각국에서 온 바텐더들이었다. 그리고 주인공은 바로 Graham's Blend N°12.

바텐더 David Pfister. 그가 만든 칵테일은 단순히 포트 와인을 넣은 음료가 아니었다.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사랑, 하나의 여정이었다.

그는 자신의 칵테일에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 ‘Red Curtain’. 붉은 커튼. 그 속에는 드러내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 나로서는, 단박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 Graham’s Blend Series. 단순한 칵테일 대회가 아니다.
그건 오히려 우리가 평범하다 믿었던 것들 속에 감춰진 가능성과 창의력을 찾아내는 여정이었다.
‘포트 와인’ 하면 왠지 고루한 느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 주류 시장에선 거의 생소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말이다.
이 대회를 계기로 세계적인 믹솔로지스트들이 보여준 포트 와인의 새로운 얼굴, 그것은 대담하면서도, 담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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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칵테일에 담긴 기억의 맛

🏆 David Pfister의 ‘Red Curtain’:
⠀Graham’s Blend N°12에 Cognac을 엮고, 수제로 만든 레드커런트 코디얼과 Carpano의 식물성 비터 한 방울을 더해 완성한 이 칵테일은 내가 ‘포트 와인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를 모조리 지워버렸다.
⠀강렬하면서도 섬세하다. 마치 첫사랑의 기억처럼. 계절의 끝자락에서 어울리는 한 모금.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스위스에서 온 David의 셔츠 컬러조차 칵테일의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었다. 와인이 스며든 듯한 깊은 루비 레드. 그것이 ‘디테일의 끝’이었고, 또 ‘진정성의 시작’이기도 했다.

💡 생각했다.
나도 예전엔 포트 와인을 그냥 '식사 후 한 잔' 정도로 여기며 지나쳤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것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그 맛으로 감정을 전했고, 나 같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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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의 바텐더, 7개의 이야기

Laurynas(네덜란드) – 자투리 재료를 활용한 ‘Dunes’라는 스프리츠 타입의 칵테일.
여름 바닷가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처럼 은근하게 다가왔다.
지속가능성과 창의적으로 남는 것을 다시 쓰는 태도. 그의 한 잔은 ‘철학과 맛’이 하나로 어우러진 교향곡 같았다.

Diogo(독일 대표, 실은 포르투갈 출신)의 'Port-O'는 오렌지, 딸기, 루비 포트를 밀크워시로 정제해 만든 부드러운 칵테일이었다.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던 그 질감. 그것은 단지 뛰어난 기술의 결과가 아니라, 그가 부모님이 과일과 크림을 곁들여 디저트를 함께 나눴던 추억에서 왔다.
이 얼마나 따뜻하고 인간적인 맛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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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여정의 시작은 작은 ‘믿음’ 하나였을 것이다.
포트 와인도, 위스키처럼 칵테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누군가는 그것을 시도했고, 누군가는 그것을 완성했으며, 나는 그것을 느꼈다.

그래서 더는 주류의 경계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와인, 증류주, 리큐르…
결국 그것은 ‘사람의 손’, ‘사람의 의미’에서 태어나고,

잔에 담기기 이전에, 먼저 기억으로 빚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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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삶에도 이런 순간이 필요하다.

하루의 끝에서 짙게 몰려오는 피로 속,
누군가 정성스레 만든 한 잔의 칵테일이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건넨다.

“오늘도 수고했어요. 당신 안의 가능성을 누군가는 오늘도 발견했어요.”

오늘 내가 마신 건,
단지 레드 와인도, 칵테일도 아니었다.

그건 ‘나를 돌아보게 만든’ 하나의 이야기였다.

다음에 있을 Graham’s Cocktail Competition의 테마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아직 쓰지 못한 나의 ‘레드 커튼’이,
언젠가는 잔 속에서 펼쳐지기를 바라며.

⠀— Written under the influence of port, passion and possi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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