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하지만 가볍게, 여름을 닮은 한 잔
- Basque 지방의 작은 와인이 내게 알려준 소박한 기쁨
여름은 아쉽게도 너무 빠르게 스쳐 간다. 낮이 길어졌다 싶으면 곧 장마가 밀려오고, 그다음엔 숨 막히는 더위. 그렇게 숨돌릴 틈 없이 계절은 흐르지만, 문득 멈춰 서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
슬며시 입술이 마주친 와인 잔. 시원한 바람 한 점과 비슷한, 상큼하고 짜릿한 무엇이 혀끝에서 퍼질 때. 낯설지만 익숙한 기분, 그것이 바로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Txakolina’다.
🍇 Txakolina, 낯설지만 친구 같은 이름
혹자는 이 이름조차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차코리나’라고 읽는 이 와인은 스페인 바스크(Basque) 지방에서 유래한 지역 와인이다. 사실 이 와인은 예전부터 현지 농가에서 집에서 즐기기 위해 만들던 소박한 와인이었다. 오랜 세월,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수고로움과 기쁨이 어우러진 맛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날 것"의 맛이 전 세계의 미식가들에게 어필했다. 우리는 요즘, 꾸미지 않은 투박한 것에서 진심을 찾게 되니까.
☀️ 에어컨보다 더 상쾌한 한 모금
올해 여름, 나는 안치올라(Antxiola)의 게타리아코 차코리나(2020)를 접하게 됐다. 처음 오픈했을 때, 달콤한 자스민 향이 은은하게 번지더니 바로 입 안을 톡 쏘는 탄산이 휘감았다.
초록 사과와 라임, 거기에 미세한 아니스 향이 뒤따르며 입안을 마무리 짓는 그 느낌. 알루미늄 창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보다 선명한 기분이었다.
🥂 삶을 툭툭 건드리는 와인
며칠 전, 사무실에서 버거운 하루를 마치고 퇴근길에 올랐다. 온몸에서 피로가 뚝뚝 떨어지는 기분. 팥빙수도, 카페라떼도 위로가 되지 못할 만큼 마음이 텅 빈 날이었다.
집에 와 어설프게나마 차코리나를 따르고, 오래된 냉장고 치즈와 몇 조각의 수박을 곁들였다.
묘하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었지만, 그 와인이 주는 청량감이 마음속 썰물을 씻어내는 듯 했다. 역시, 인생은 간혹 의외의 조합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법이다.
🌾 작지만 깊은 향기, 다양한 친구들
화려하진 않지만, 이 와인에는 분명 '이야기'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온도 비즈카이코 차코리나(2021)는 탄산 없는 조용한 와인이지만, 그 깊은 바다 향과 소금기 가득한 바람을 닮은 맛은 차분한 주말 오후와 어울린다.
혹은, 후안호 텔라에체의 ‘탄타카(Tantaka)’는 바스크 지방의 사제이자 와인 메이커가 만든 와인이다. 꽃향기 속의 담백함. 마치 은퇴 후 시골에서 베란다 정원을 가꾸는 노부부의 단정한 모습 같은 느낌이었다.
💡 내게 있어 차코리나는…
차코리나를 처음 마셨을 땐 그저 생소한 이름, 독특한 보틀 디자인, 그리고 “오? 차가운 흰 와인인가?” 정도의 관심뿐이었다.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조금 달라졌다.
정갈한 바구니 위에 채소를 담는 마음처럼.
지친 하루의 끝, 조용히 페이지를 넘기던 독서의 순간처럼.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소소한 특별함이 담겨 있었다.
🍃 매일은 힘겹지만 한 모금은 가볍게
때로는 우리가 찾던 즐거움이 커피도, 달콤한 디저트도 아닌 작은 와인 한 병일 수 있다. Txakolina는 그런 나의 또 다른 발견이었다.
만약, 오늘 하루가 유난히 고단했다면
혹은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면
차코리나 한 병과, 당신이 좋아하는 스낵, 그리고 조용한 음악을 곁들여 보길.
세상을 바꾸진 않겠지만,
당신의 오늘 하루는 조금 더 견딜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 내가 기억해두고 싶은 Txakolina 3선 추천
- Antxiola Getariako Txakolina 2020 — 가볍고 생기 넘치는 첫인상, $16.99
- Txomin Etxaniz 2021 — 무게감 있고 적당한 산도, 풍성한 바디감, $17.97
- Ameztoi Getariako Txakolina 2021 — 전형적인 바스크 스타일, 바다의 짭쪼름함이 입가에 남는다, $22.96
🍷 당신의 여름, 어떤 맛인가요?
그리고 그 안에, Txakolina만큼 소박하지만 깊은 기쁨이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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