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의 시간, 한 잔에 담긴 여유와 거리

제목 : “위스키라는 이름의 여유, 그리고 12년의 거리”

비가 예고된 금요일 저녁, 캘린더는 또 한 주의 끝자락을 가리키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주말이란 단어는 나에게 단순한 휴식의 의미를 넘어서, ‘의식처럼 즐기고 싶은 의례’가 되었다는 것을.

그런 오늘, 아주 특별한 위스키를 마주했다.
Puncher’s Chance Bourbon The D12tance. 그 이름에서부터 이미 무엇인가를 시사하는 것 같았다.
‘거리(Distance)’라는 단어는 낯설지 않다. 마음의 거리, 시간의 거리, 그리고… 위스키가 보내는 이야기의 거리.

알고 보면 이 한 병은 12년이라는 시간이라는 이름의 거리를 품고 있었다.
그냥 시간이 흐른 게 아니다.
켄터키에서 태어나, 오리건을 거쳐, 다시 테네시에서 숙성된 뒤
캘리포니아의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 캐스크에서 마지막 터치를 받았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이 위스키도 ‘상실감’을 견디며 흘렀던 나의 시간들 같았다.
마음 한 칸, 든든하게 적셔줄 무언가가 필요했던 날.
무의식 중에 찾았던 이 위스키는 내 감정을 아주 조심스레 건드렸다.

첫 향에서는 밝은 과일 내음이 퍼진다.
마치 오랜만에 들려온 친구의 안부처럼 따뜻하고 선명하다.
체리, 복숭아, 그리고 그 위를 감싸는 나무 향기.
이따금씩 풍기는 꽃의 향은 마음속 스산한 구석을 조용히 쓰다듬는다.

입술에 닿으면 당도는 단정하다.
과즙처럼 가볍지 않고, 한 조각의 밀크 초콜릿처럼 포근하다.
바닐라 웨이퍼의 부드러움과 함께 은은한 시나몬이 입안에 내려앉는다.
그리고 그 끝엔 멕시칸 초콜릿 특유의 가벼운 스파이스가, 목 뒤에서 한 번 더 안녕을 속삭인다.

알코올 도수는 48%.
결코 높은 도수는 아니지만, 존재감은 묵직하다.
무례하지 않을 만큼의 온기로, 오늘의 속도를 천천히, 아주 찬찬히 만들어준다.

생각해보면 나는 요즘, 너무 달리고 있었다.
마치 절대 멈춰선 안 된다는 듯 다시 시동을 걸고 또 달리고.
그 와중에 주말조차 ‘달성해야 할 과제’가 되어가는 것 같아 문득 서글퍼졌다.

하지만, 위스키 한 잔이 나에게 다시 말해주었다.
‘거리는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12년이라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술이 견뎌왔던 온도와 습도, 그리고 침묵처럼
우리는 매일의 시간 속에서 조금씩 익어가고 있었다는 말이다.

Puncher’s Chance Bourbon, 그 이름처럼
우리에게도 여전히 ‘한 방’의 기회는 남아 있다는 믿음.
D12tance가 전하는 건 시간이라는 벽을 넘은, 그 너머의 가능성이 아닐까 한다.

요즘 나는, 배우고 있다.
청춘은 격투 링이 아니라, 오히려 느리게 증류되는 오크통 속일 수도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매일 조금씩 향을 더해간다.

오늘 밤.
나는 위스키를 잔에 채우며
내 안의 거리를 이해하고, 품어본다.

마치, 오래 잠들었던 꿈 하나를 다시 부드럽게 꺼내보는 것처럼.
그 거리가 나를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일이라는 이름의 첫 향도, 이 잔처럼 따뜻하길 바란다.

그렇게 나의 하루는 한잔의 위스키 속에서 멀어지고,
다시 새벽처럼 찾아온다.


📌 오늘의 위스키 기억노트
제품명: Puncher’s Chance Bourbon The D12tance
숙성: 12년 (Tennessee sourced, Cabernet Sauvignon finish)
도수: 48%
가격: 약 $120
테이스팅 노트: 체리·복숭아 과일 향 / 바닐라 웨이퍼 / 밀크 초콜릿 / 시나몬 / 멕시칸 초콜릿 마감
추천 마시는 방법: 스트레이트 또는 얼음 한 조각과 함께

💬 여러분의 오늘의 여유는 어떤 모습인가요?
혹시 오늘 위스키 한 잔이 필요하다면,
그건 당신이 멈춰설 줄 아는 용기를 가졌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