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의 풍미, 청춘을 닮은 한 잔 – 2020 메츠 로드 피노 누아 리뷰

🍷 그 한 모금에 담긴 이야기 – 2020 메츠 로드 피노 누아, 일상의 여백에 피어나는 시간

우리는 무엇인가를 마신다는 것으로 연결된다.
그것이 커피든, 와인이든, 혹은 그저 찬물 한 잔이든 — 목구멍을 타고 흘러가는 그 찰나의 순간은 어쩌면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 짧은 쉼표를 찍어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 나는, 그 ‘쉼표’ 같은 한 모금을 통해 작은 사색을 멈출 수 없었다.
2020 메츠 로드 피노 누아를 마시며.


🍇 참 오묘한 첫인상

어느 화창한 오후, 아무 이유 아닌 이유로 내게 선물처럼 떠밀려온 한 병의 와인.
2020년산 메츠 로드 피노 누아, 몬터레이 리버뷰 밸리에서 자라난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 했다.
처음 병을 열었을 때 스치는 향기는 생각보다 가벼웠다. 하지만 입 안에 머금는 순간, 살짝 닿는 감귤류의 산미가 입안을 치고 넘어갔다.

‘아, 깨어나야 할 때구나’

마치 따뜻한 이불 속에서 망설이던 이른 새벽의 나를 깨우는 듯한 자극.
그 시작은 부드러웠지만, 뒤따라오는 무언가 깊은 울림이 있었다.
마치 잘 하지 않던 고민이 나도 모르게 마음 안쪽에서 꿈틀거리는 느낌.


🌿 무겁지 않은데, 가볍지도 않았다

마치 어른이 되면서 느끼는 어정쩡한 감정과도 같았다.
입끝을 맴도는 감초와 허브 향, 그리고 미묘하게 미성숙한 느낌의 떫은맛.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까?' 라는 생각과
'이 지금 그대로의 미완성도 아름답다'는 감정이 함께 머물렀다.

비교하자면, 사회초년생 시절의 나와 닮았다.
성격도 어정쩡하고, 업무도 완숙하지 않았지만
그 나름의 날 것 같은 감정들이 더 기억에 남았으니까.

내 친구 지훈이가 이런 말을 했던 것이 문득 떠올랐다.
"야, 와인도 사람처럼 익어가는 거야. 우리가 지금 불안한 이유도 아직은 맛이 덜 올라서야."
그 말이 이상하게 오늘 이 와인과 함께 가슴 깊이 울렸다.


📍 메츠 로드 2020 피노 누아, 그 한 줄 평

B 등급. 36달러.

이 와인이 완성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와인을 마시며,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를 떠올렸다.
함께 걷기로 한 누군가와 연락이 끊긴 일.
바쁜 하루를 살며 잃어버린 창밖의 노을.
그리고 요즘은 잘 듣지 않게 된 어릴 적 좋아하던 가수의 노래.

이 와인은 그런 잊어버린 기억들과 같은 술이었다.
다 채워지지 않았기에 더 기억에 남는.
말랑말랑하게 울컥하게 만드는.


🌅 여명, 아직은 시작이다

나는 어둠을 사랑하진 않지만, 여명은 기다린다.
이 와인은 아직 완전한 아침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어둠에서 조금씩 밝아지는 그 여명의 순간에 서 있다.

이 와인을 다시 마시게 될 때,
나는 지금의 나보다 더 익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때의 이 와인은 본격적인 '숙성'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웃음을 줄지도.

조금 이른 감정.
조금 이른 숙성.
그래서 더 진솔했던 오늘의 한 모금.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냥 한 잔하고 싶었다."는 이유 하나로 또 하루를 정리해 본다.

🍷 오늘의 잔은,
완벽한 맛이 아니라
완벽하게 떠오른 기억을 위한 것이었다.

  • 끝 –

📝 Tip
2020 Metz Road Pinot Noir Riverview Vineyard Monterey
✔ 가격 : 약 $36
✔ 평점 : 8.0/10
✔ 특징 : 감귤류의 묘한 시작과 감초, 허브 끝맛. 살짝 미성숙하지만 청춘의 메타포.
✔ 출처 : drinkhacker.com

💬 "우리는 아직 완전하지 않기에 가장 인간적이다."
그런 와인, 그런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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