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속에 담긴 역사, 라즈 박타와의 인터뷰
가끔 우리는 술 한 잔을 마시면서도 역사의 한 조각을 마시는 것인지도 모른다. 위스키 업계에서 혁신을 이끌었던 라즈 박타(Raj Bhakta). 그가 이번에는 아르마냑(Armagnac)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뛰어들었다. 1868년부터 1970년까지, 황제와 왕, 전쟁과 평화를 모두 지켜본 아르마냑. 이 병 속에 담긴 시간은 단순한 술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 그 자체다.
위스키계의 혁신가, 다시 한 번 도전하다
라즈 박타는 이미 휘슬피그(WhistlePig) 위스키를 통해 미국 라이(Rye) 위스키 시장을 재편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줄 서서 겨우 4년 된 버번을 사 마실 정도로, 정말 좋은 술을 마셔보지 못한 것 같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더 깊은 맛과 스토리를 가진 아르마냑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그의 여행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되었다. 프랑스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그는 콘돔(Condom)이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한 샤토를 방문하게 된다. 그곳에서 1868년부터 보관된 아르마냑 컬렉션을 접했다. 단순한 오래된 술이 아니라, 세 차례의 전쟁을 견디며 살아남은 역사 그 자체였다. "침략군이 오면 제일 먼저 술 창고를 털기 마련인데, 이 술은 살아남았어요. 기적이죠."
"맛을 보면 게임 끝!"
그는 "가장 어려운 건 사람들에게 아르마냑을 한 번이라도 마시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대 소비자들이 익숙한 위스키나 버번과 비교하면, 아르마냑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단 한 번 맛보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단순한 숙성 기간을 넘어, 100년 이상의 시간 동안 숙성된 아르마냑. 그는 전통 위스키 마니아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도록 피트(Peat)향이 가미된 스카치 캐스크 피니시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대성공. "스카치 마니아들이 좋아할 요소를 가미하면서도, 아르마냑이 가진 복합적인 풍미를 해치지 않는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어요."
"브랜드가 아니라, 유산을 만들고 싶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브랜드 마케팅'이 아니다. 그는 말한다.
"우리는 더 많은 술을 팔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최고의 맛을 찾는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
이를 위해 그는 바틀 하나하나에 이야기를 담았다. 그의 Bhakta 50 컬렉션에는 작은 책자가 함께 제공되는데, 이것은 단순한 제품 설명이 아니라 한 편의 역사 기록이다. "이 병을 여는 순간, 당신은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100년 전의 시간을 마시는 것입니다."
아르마냑, 새로운 트렌드가 될까?
위스키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른 지금, 대체 주류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슈퍼 프리미엄 주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라즈 박타의 아르마냑 역시 점점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정말 가치 있는 것을 발견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시간 속에 잠든 풍미, 병 속에 담긴 역사. 오늘 저녁, 당신은 어떤 시간을 마시고 싶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