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기믈렛’—이번엔 흔들지 말고 저어라
기믈렛(Gimlet),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셰이커 속에서 얼음과 함께 거칠게 흔들리는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신선한 라임즙에 깔끔한 진(Gin), 그리고 심플 시럽이 어우러져 상큼하고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칵테일—하지만 기믈렛의 원조는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최근 바텐더들이 원조의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흔드는 대신 ‘저어 만드는’ 기믈렛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서 되찾은 기믈렛의 본질
최근까지 대부분의 바에서는 기믈렛을 ‘셰이킹’해서 제공했다. 신선한 라임즙과 심플 시럽을 사용한 레시피가 일반적이었고, 이는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기믈렛의 기원인 1922년 **해리 맥엘혼(Harry MacElhone)**의 『Harry’s ABC of Mixing Cocktails』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이 기록되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기믈렛은 흔들어 만든 칵테일이 아니다. **진과 라임 코디얼(lime cordial)**을 조합한 단 두 가지 재료로만 만들어지는, 우아하게 젓는 칵테일이었다.
이제 다시 바텐더들은 신선한 과즙이 아니라 직접 만든 코디얼을 사용해 기믈렛의 전통적인 방식을 되살리고 있다.
코디얼의 귀환—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깊은 맛
라임 코디얼이 기믈렛의 핵심이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코디얼은 신선한 과즙 대비 보관 기간이 길고, 풍미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런던의 SOMA 바에서는 커리 잎 코디얼과 매크루트 라임 잎을 사용해 강한 개성을 담아냈다. 베를린 Wax On은 코디얼을 보다 실험적으로 활용하는데, 이곳에서는 칵테일 메뉴의 절반 이상이 ‘향이 가미된 코디얼’을 활용하여 만든 칵테일이다.
Wax On의 시그니처 기믈렛은 보드카와 라임 코디얼을 기반으로 하지만, 여기에 메스칼(Mezcal), 카다멈 증류주, 복숭아 비터즈, 리큐르를 추가해 층층이 쌓인 깊은 풍미를 선보인다.
코디얼을 활용한 칵테일은 단순한 맛 이상의 것을 제공한다. 신선한 주스를 즉석에서 사용하면 얻을 수 없는 균형 잡힌 풍미와 복합적인 맛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질은 유지하되, 혁신은 계속된다
모든 바텐더가 기믈렛을 과감하게 변형하는 것은 아니다.
클래식을 유지하는 곳도 있다.
**휴스턴의 알바 후에르타(Alba Huerta)**는 네이비 스트렝스 진(Navy Strength Gin)과 태양에 말린 라임 코디얼을 조합한 기믈렛을 선보인다. 런던의 Seed Library에서는 코리앤더 씨앗 코디얼을 사용해 진 특유의 보태니컬 풍미를 더욱 강조했다.
코디얼의 핵심은 ‘산미와 단맛의 균형’이다. 런던 바 Mr Lyan의 브랜드 디렉터인 알렉스 로렌스(Alex Lawrence)는 코디얼의 제작 방식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라임즙과 같은 과즙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산미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식초나 콤부차 같은 새로운 산미 원료를 고려해보는 것도 방법이죠.”
그는 기믈렛의 본질만 유지한다면, 재료의 경계를 확장해도 충분히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믈렛의 부활—과거와 현재의 조화
기믈렛은 단순한 칵테일 그 이상이다.
그것은 칵테일 세계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에 대한 힌트를 준다.
과거의 전통을 되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보다 정교한 맛을 추구하는 것. 기믈렛의 부활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칵테일 본질에 대한 탐구 과정이라 할 수 있다.
10년 전만 해도 네그로니(Negroni)는 다소 생소한 칵테일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믈렛 또한 마찬가지다. 과거의 방식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이 칵테일은 곧 전 세계 바의 필수 메뉴가 될 것이다.
이제, 당신이 한 잔의 기믈렛을 주문할 차례다.
단, 이번에는 흔드는 대신, 천천히 저어서 만들어달라고 요청해보길. 🍸